임신을 준비하면서 아내만 엽산을 챙기고 남편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 생식 건강에도 근거가 있는 영양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다만 '정자 수치가 좋아진다'와 '임신이 잘 된다'는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먼저 알아두시면 기대치를 정확히 잡을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근거가 있는 성분들,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성분마다 근거 수준과 확인된 지표가 다릅니다. 표로 먼저 확인해보세요.
아연, 정자 수 지표엔 근거가 있습니다
아연을 하루 25~100mg씩 평균 12주 보충한 연구들을 모은 메타분석(2019, 12개 RCT)에서 정자 농도, 운동성, 형태학이 위약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됐습니다. 정자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아연의 역할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다만 이 개선이 실제 임신율이나 출산율 증가로 이어졌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정액 검사 수치가 좋아지는 것과 임신이 되는 것은 다른 층위의 이야기라, 대리지표 개선으로만 이해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아연은 감기 완화용으로 쓰는 고용량 로젠지(75mg 이상, 증상 발생 24시간 내 복용)와 생식 건강용 복용법이 다릅니다. 생식 건강 목적이라면 정제나 캡슐 형태로 25~100mg을 8~12주 이상 복용한 연구를 기준으로 삼으시면 됩니다. 다만 100mg/day 이상을 장기간 복용하면 구리 흡수를 방해해 빈혈이나 신경계 손상 위험이 있으니, 상한(40mg/day 권장)을 넘기지 않아야 합니다.
CoQ10, 근거는 있지만 일관되지 않습니다
CoQ10을 하루 100~300mg씩 3~6개월 보충한 연구에서 정액 농도, 정자 운동성, 정상 형태 비율이 개선됐고, 일부 연구에서는 임상 임신율 증가도 보고됐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결과 편차가 커서 근거 수준은 아직 약한 편입니다.
개별 환자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시도해서 손해 볼 성분은 아니므로 최소 3개월은 지켜보고 판단하시는 걸 권합니다.
엽산, DNA 무결성에 도움될 수 있습니다
엽산 결핍은 정자 DNA의 메틸화를 저하시켜 염색체 이상을 일으킬 수 있고, 하루 500~1,000μg 보충이 정자 농도와 DNA 완전성을 개선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임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서, 먼저 혈중 엽산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항산화제(비타민C·E, 셀레늄),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비타민C·E, 셀레늄 같은 항산화제가 정자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운동성과 DNA를 보호하는 기전은 학계에서 확실히 입증되어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개인의 산화 스트레스 수준에 따라 달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산화 스트레스 검사(ROS 검사)를 통해 필요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더 정확한 접근이지만, 검사 없이 시도해도 큰 위험이 있는 성분은 아니니 부담 없이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이 먼저입니다
영양제보다 앞서는 것은 생활습관입니다. 금연, 사우나나 꽉 끼는 속옷 같은 고열 노출 회피, 정상 체중 유지, 규칙적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남성 생식 건강의 1차 중재로 꼽힙니다.
정자가 만들어지는 주기는 약 72~90일입니다. 영양제든 생활습관 개선이든 이 기간은 지나야 실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으니, 몇 주 만에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영양제를 고른다면
남성 생식 건강용 복합 영양제도 여러 브랜드에서 판매됩니다. 성분을 개별로 사기 번거롭다면 복합제를 골라도 되지만, 아연 함량이 100mg을 넘지 않는지, CoQ10이 100mg 이상 포함되어 있는지 라벨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여러 제품을 동시에 복용하면 아연이나 엽산 같은 성분이 중복될 수 있으니, 하나를 새로 추가할 때는 기존에 먹던 영양제와 성분이 겹치지 않는지 함께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식습관도 함께 챙기세요
아연이 풍부한 굴, 소고기, 호박씨와 항산화 성분이 많은 토마토, 견과류를 식단에 늘리는 것도 영양제와 함께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카페인과 음주를 줄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생식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영양제 못지않게 챙길 만한 습관입니다.
복용 순서와 기간
아래 순서로 접근해보시면 됩니다.
비뇨기과 진료가 필요한 신호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영양제를 3~6개월 이상 시도했는데도 정액 검사 수치가 개선되지 않거나, 애초에 정액량이 거의 없거나, 통증·부종 같은 증상이 있다면 영양제로 접근할 범위를 넘어선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비뇨기과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받으셔야 합니다.
남성 생식 건강 영양제는 정자 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보조 수단으로 이해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생활습관 개선을 기본으로 두고, 그 위에 근거 있는 영양소를 더해보는 순서를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