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때 쓰는 말에도 심의 기준이 있다. 방송광고 내용을 심의하는 방미심위는 최근 몇 달 사이 건강기능식품 판매방송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여러 건 의결했다. 판매방송에서 쓰인 표현 하나하나가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제재 사유를 보면 표현 유형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질환과 관련지은 효능 표현,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한 표현, 판매를 재촉하는 반복 표현이다. 어떤 말이 왜 걸렸는지를 알면 다음 방송을 볼 때 스스로 걸러낼 수 있다. 세 유형은 서로 다른 시기에 각각 의결된 사례이지만, 표현이 걸린 지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된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뇌질환 관련 표현, 4개사 제재
경도인지장애나 뇌질환과 관련지어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설명한 판매방송에 대해 NS홈쇼핑·현대홈쇼핑·GS샵·홈앤쇼핑 4개사가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이지 의약품이 아니다. 인지장애나 뇌질환처럼 질병명과 직접 연결해 효능을 설명하면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표현으로 분류된다. 4개사가 동시에 제재를 받았다는 것은 이런 표현이 한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채널에서 비슷하게 쓰였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포장 표시나 지면 광고와 달리 방송은 말로 전달되기 때문에, 시청자가 순간적으로 놓치기 쉬운 표현에서 이런 문제가 자주 나타난다.
동물실험 결과를 인체 효능처럼, 2건 제재
관절 건강기능식품 판매방송 두 건은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한 효능처럼 설명해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대상 홈쇼핑사는 두 곳이다.
동물실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다른 단계다. 동물에서 나온 결과를 '이 성분이 관절에 좋다'는 식으로 사람에게 그대로 옮겨 말하면,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확인된 효과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든다. 이 지점이 심의에서 걸린 이유다. 심의에서는 실험 대상이 동물인지 사람인지를 방송에서 분명하게 구분해 말했는지를 함께 살핀다.
'매진 임박' 반복, 현대홈쇼핑 제재
'매진 임박'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한 판매방송에 대해서는 현대홈쇼핑이 제재를 받았다. 이 건은 효능 표현이 아니라 판매를 재촉하는 표현이 문제가 된 사례다.
매진이 임박했다는 말을 반복하면 시청자가 실제 재고 상황과 무관하게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된다. 효능이 아니라 구매 결정을 서두르게 하는 방식이 심의 대상이 된 경우로 볼 수 있다. 재고 수량이나 판매 마감 시점을 구체적 근거 없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방식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부분이다.
표현별 제재 사유, 한눈에
세 가지 제재 사례를 표현·대상·사유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세 사례 모두 제재 수위는 '법정제재 주의'로 같다. 방송 자체가 중단되거나 방영이 금지된 것은 아니고, 심의기구가 해당 표현이 규정을 벗어났다고 판단해 경고성 조치를 내린 것이다. 다만 제재 사유가 그대로 공개돼 있어, 어떤 표현이 규정을 벗어났는지는 방송이 끝난 뒤에도 확인할 수 있다.
왜 교양 프로그램과 홈쇼핑을 나란히 보게 되나
시청자는 같은 효능 주장이라도 홈쇼핑에서 들을 때보다 건강정보 프로그램 같은 교양 방송에서 들을 때 더 객관적으로 검증된 정보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판매방송에서 걸리는 표현이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협찬 자체는 방송 재원을 조달하는 합법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협찬 고지가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조건일 뿐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시청자가 특정 정보와 판매방송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표현이 어떻게 심의됐는지를 기록해두는 것이 시청자에게는 그 연결을 확인하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홈쇼핑 방송에서 표현을 직접 확인하는 순서
제재 사유를 알아두면 다음 방송을 볼 때 아래 순서로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다.
제재 대상인지 가늠해보는 법
방금 본 표현이 앞서 정리한 제재 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래 순서로 가늠해볼 수 있다.
제재는 '주의'다, 방송이 멈춘 것은 아니다
세 사례 모두 제재 수위는 법정제재 '주의'였다. 판매방송 자체가 폐지되거나 해당 채널의 판매가 전면 중단된 것은 아니다. 심의기구가 표현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심사해 규정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경우에 내리는 조치다.
다른 사례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 제품이 다뤄진 시간대에 같은 제품이 롯데홈쇼핑에서 판매돼 논란이 된 뒤 방송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편성을 중단한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이는 심의 제재와는 별개로,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편성을 조정한 경우다. 제재와 편성 조정은 절차가 다르지만, 둘 다 표현이나 편성이 문제로 지적된 뒤에 나온 조치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리하며
제재를 받은 표현은 질병명과 직접 연결된 효능 설명, 동물실험을 인체 효과처럼 설명한 문장, 매진을 반복해서 알리는 문구 세 가지였다. 세 가지 모두 방송을 보는 동안 문장 하나만 주의 깊게 들어도 알아챌 수 있는 표현들이다.
협찬연구소는 앞으로 나오는 심의 제재 사례도 표현 중심으로 계속 기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