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협찬을 받은 것 같은데 화면 어디에도 표시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광고라면 중간에 광고를 포함한다는 안내가 붙는데, 협찬은 그런 표시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같은 방송사, 같은 시간대인데 어떤 날은 표시가 있고 어떤 날은 없다면 더 혼란스럽습니다.
이게 방송사가 규정을 어긴 게 아니라, 애초에 협찬 고지가 법으로 정해진 의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실제로 무엇이 제재 대상이 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협찬 고지, 법이 아니라 심사 항목입니다
협찬 고지는 방송사가 재승인·재허가를 받을 때 심사에 반영되는 항목에 포함될 뿐, 방송법상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가 아닙니다. 그래서 협찬을 받은 방송이라도 화면에 협찬 고지 자막이 없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또한 협찬은 광고와 성격이 다릅니다. 광고는 미디어렙을 거쳐야 하지만, 협찬은 방송사와 직거래가 가능합니다. 이 구조 때문에 협찬 계약이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외부에서 확인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2018년, 방통위원장이 인정한 공백
이 공백은 새로 발견된 문제가 아닙니다. 2018년 이효성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은 연계편성에 대해 협찬주가 한 일로 법에 규제 내용이 없다는 취지로 밝혔습니다.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그 뒤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연계편성 실태를 모니터링했지만, 이 조사가 제재로 이어진 사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조사와 집행 사이에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제도가 이렇게 설계된 이유
이 공백이 생긴 배경에는 낮 시간대 프로그램의 제작 구조가 있습니다. 다수의 정보·교양 프로그램은 외주제작사가 제작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해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방송사가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협찬은 부족한 재원을 채우는 현실적인 수단이 됩니다.
이 구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제작비 조달은 외주제작사에 맡기면서 그 재원의 출처를 알리는 고지 의무는 함께 부과하지 않은 제도 설계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협찬을 받는 것과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지금 제도는 뒤쪽만 비워 둔 셈입니다. 재원의 존재는 재승인 심사에서나마 확인되지만, 시청자 앞에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제재를 받는가
협찬 여부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방송 중 표현 문제는 별도로 심의 대상이 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그 경계가 더 분명해집니다.
세 사례 모두 협찬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판매방송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설명했는지가 제재의 기준이었습니다. 즉 현재 심의 체계는 협찬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설명이 사실과 다른가를 보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다뤄진 제품이 홈쇼핑에서도 팔린 사례
제재까지 가지 않더라도, 방송과 홈쇼핑 판매가 시간을 맞춰 이어졌다는 지적이 공론화된 사례도 있습니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 제품이 다뤄진 시간대에 같은 제품이 롯데홈쇼핑에서 판매돼 논란이 됐고, 이후 방송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편성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 사례를 처음 제기한 것은 고발 유튜버였습니다. 지상파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 특정 원료가 소개되는 시간에 같은 원료 제품이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사례들을 지적하며 공론화가 시작됐습니다.
협찬주가 편성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
한 걸음 더 나아간 지적도 있습니다. 시사위크는 협찬주가 방송편성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지적이 맞다면 협찬 고지 공백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됩니다.
다만 이 부분은 다른 기관의 자료로 교차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확인 가능한 건 공개된 편성표뿐이라, 협찬연구소는 판단을 내리기보다 그 편성표를 나란히 기록해 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
제도가 협찬 고지를 의무화하기 전까지, 시청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절차는 제한적입니다. 그래도 확인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확인하는 법
협찬 고지 유무만으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아래 순서로 짚어보면 됩니다.
협찬은 문제가 아닙니다, 공백이 문제입니다
정리하면 협찬 자체는 방송사가 제작비를 조달하는 정상적인 방법이고, 협찬 고지가 없다고 해서 방송사가 규정을 어긴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사실을 시청자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제도의 공백은 남아 있습니다.
협찬연구소는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로, 판정이 아니라 기록을 택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의 편성표를 나란히 남겨두는 일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식이라고 봅니다. 방송사·제작사의 반론이 있다면 언제든 반영할 창구도 함께 열어 둘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