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수가 위생적이라던데’ ‘역삼투압이 제일 깨끗하다던데’ — 정수기는 말이 참 많아요. 그런데 한국소비자원·환경부·미국 EPA 자료를 모아 보면, 위생을 가르는 건 ‘직수냐 저수조냐’라는 라벨이 아니라 코크·필터 관리예요. 방식 차이부터 렌탈 계약까지, 판단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먼저 두 갈래 — ‘무엇을 거를까(필터)’와 ‘직접 관리할까’부터 짚어볼게요.
저수조·펌프 경향
자가관리
렌탈
직수형 vs 저수조형 — ‘저장하느냐’의 차이
둘의 본질 차이는 정수한 물을 탱크에 모아두는 단계가 있느냐예요. 직수형은 버튼을 누르는 순간 필터를 통과해 바로 나오고, 저수조형은 필터를 거친 물을 탱크에 채워뒀다 토출하죠. 역삼투압(RO) 필터는 정수 속도가 느려 전통적으로 저수조가 필요했기에 ‘RO=저수조’라는 통념이 생겼지만, 요즘은 ‘RO 직수’ 결합 제품도 있어요.
‘직수형이라 위생 걱정 없다’는 절반만 맞아요
직수형이 정체수가 적은 건 맞지만 ‘그래서 무균’은 아니에요.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가구가 바로 ‘직수형·자가관리’(4년간 코크 미관리)였거든요. 게다가 흔히 말하는 ‘직수형’도 즉시 냉수용 소형 냉수탱크(약 0.5~1.5L)를 가진 경우가 많아요. 즉 냉수부에 물이 고이면 그 부분은 저수조형과 같은 정체 위생 이슈가 생겨요. 그래서 냉온수 모델은 ‘직수형’이란 단어가 아니라 냉수탱크·온수탱크 용량을 따로 확인해야 해요.
필터 방식 — 중공사막(UF) vs 역삼투압(RO)
결정적 갈림길은 ‘용존 이온(녹아 있는 미네랄·염류·중금속)을 거르느냐’예요. 중공사막(UF)은 미세한 구멍으로 세균·부유물·염소맛을 거르되 이온성 물질은 통과시켜 미네랄을 남기고 폐수가 거의 없어요. 역삼투압(RO)은 압력으로 반투막을 통과시켜 중금속·비소·질산염·TDS까지 제거하지만, 미네랄도 함께 빠지고(그래서 재광물화 필터 옵션), 정수 1L당 물을 추가로 버리며(EPA: 5배 이상, 효율형은 2.3 이하) 보통 펌프·저수조가 필요해요.
한국 수돗물, 어디까지 정수가 필요할까
한국 수돗물은 ‘하루 2L를 평생 마셔도 무해한 수준’으로 기준이 설계돼 정수장 처리·소독을 거쳐요. 그래서 RO급 탈염이 안전상 ‘필수’라는 근거는 약하고, 잔류염소·냄새·미세입자 제거엔 UF 조합으로 보통 충분해요(노후 배관이 걱정인 집은 추가 정수 욕구가 합리적). 미네랄·물맛 논쟁은 아직 결론이 안 났는데, 칼슘·마그네슘의 주 공급원은 식품이라 물의 기여는 작은 편이고 맛 선호는 TDS와 관련 있어요. 반대로 ‘정수기라서 무조건 더 안전’도 아니에요 — 관리가 안 된 정수기 물에서 일반세균이 수돗물 기준의 약 2.5배(평균 257CFU/mL) 나온 조사도 있거든요.
렌탈 vs 구매·자가관리 — ‘총비용’으로 보세요
렌탈은 월 요금만 보면 싸 보이지만 계약 전체 누적액 + 필터·관리비 + 등록·설치·철거비로 따져야 해요. 과거 소비자원 조사에선 관리가 거의 없는 일부 렌탈의 총액이 일시불 구입가의 104~306%였고요(2014년 기준). 자가관리형은 방문관리비를 빼 저렴하지만, 필터를 제때 직접 사서 교체할 때만 그 절약이 성립해요(한 사례는 자가교체 필터비가 연 12~21만 원으로 렌탈료에 육박).
계약 함정 — 위약금·약정·소유권
가장 분쟁이 많은 지점이에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의무사용 1년 초과 중도해지 위약금을 ‘잔여 임대료의 10%’로 권고하지만, 실제론 품목·시점에 따라 최대 30%를 물리는 사례가 확인됐어요(응답자 30% 이상이 위약금 수준을 모른 채 계약). 또 ‘약정(의무사용)’과 ‘소유권 이전(전체 계약 종료)’은 다른 개념이라, 약정이 끝나도 등록비·할인반환금·철거비가 남을 수 있어요. 구두 약속(폐업 시 면제 등)은 꼭 계약서 조항으로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