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정리하다 유통기한이 며칠, 혹은 몇 주 지난 우유나 계란을 발견하면 대부분 버릴지 말지부터 고민합니다. 아깝다고 그냥 먹자니 찝찝하고, 무조건 버리자니 멀쩡해 보이는 게 아쉽습니다.
이 고민이 헷갈리는 이유는 2023년부터 표시 기준 자체가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두 기한은 이름은 비슷해도 계산 기준이 다르고, 어느 쪽을 기억하고 있느냐에 따라 '아직 괜찮다'와 '이미 지났다'가 갈릴 수 있습니다. 정확히 뭐가 바뀌었고 품목별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부터 정리하면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통념 vs 사실 · 유통기한, 뭐가 맞을까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정의부터 다릅니다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으로, 영업자 중심의 표시였습니다. 반면 소비기한은 표시된 보관방법을 지켰을 때 소비자가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한입니다. 둘 다 '기술적으로 안전한 한계 기간'을 기준으로 안전계수를 적용해 정하는데, 유통기한은 그 한계의 60~70% 지점에서, 소비기한은 80~90% 지점에서 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식품이라면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더 길게 잡히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표시제는 2023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됐고, 제조·가공하거나 수입을 위해 선적하는 시점부터 적용됩니다. 다만 2023년 한 해는 계도기간으로 두어 기존 유통기한 표시 포장지를 그대로 써도 되게 했으니, 오래된 재고 포장지에 유통기한이 남아 있다고 해서 이상한 게 아닙니다.
우유만 예외입니다 · 2031년까지 유예
다른 품목은 이미 소비기한 표시로 넘어갔지만, 냉장 보관 우유류만은 냉장 유통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이유로 2031년 1월 1일까지 소비기한 적용이 유예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마트에서 사는 우유팩에는 여전히 유통기한이 찍혀 있는 게 정상입니다. 다만 0~5℃ 냉장 보관을 지키고 미개봉 상태라면, 유통기한이 지나고도 45일까지는 안전 마진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건 정식 소비기한 표시가 아니라 참고 수치이니, 우유팩에 적힌 유통기한을 우선 기준으로 삼되 하루 이틀 지났다고 바로 버리기 전에 냄새와 상태부터 확인하는 정도로 활용하면 됩니다.
품목별 소비기한 참고표
모두 미개봉·정상 보관 조건 기준입니다
이 표는 어디까지나 참고치입니다. 실제 제품 포장지에 소비기한이 표시돼 있다면 그 숫자가 항상 우선이고, 위 수치는 라벨을 못 찾았거나 대략적인 기준이 필요할 때 쓰는 보조 자료로 이해하면 됩니다.
라면·두부는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라면의 8개월이라는 수치는 포장지가 손상되지 않고 건조한 실내에 미개봉으로 보관됐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습기가 많은 곳에 두었거나 봉지가 눌리고 찢어진 흔적이 있다면 이 전제가 깨진 것이니, 유통기한이 많이 남았어도 면을 부러뜨려 냄새를 한 번 확인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두부는 수분이 많은 식품이라 냉장 환경 변화에 민감한 편이고, 참고 소비기한도 7~14일로 폭이 넓게 잡힙니다. 이건 미개봉 기준이고, 한 번 뜯은 두부는 소비기한과 무관하게 그날 안에 먹는 게 원칙입니다. 남았다면 밀폐용기에 물을 채워 담가 냉장 보관하고, 다음 날을 넘기지 않는 걸 권합니다.
냉동식품은 -18℃가 기준입니다
냉동식품의 소비기한은 -18℃ 이하 보관이 지켜졌을 때 유효한 수치입니다. 냉동실 온도가 오르내리면 표시된 기한보다 실제 상태가 나빠질 수 있으니, 냉동실 안쪽 깊숙한 자리처럼 온도 변동이 적은 곳에 두는 게 좋습니다. 한 번 개봉해서 다시 얼린 냉동식품은 냉동 상태라도 2주 이내에 먹는 게 권장됩니다. 개봉하는 순간부터 재결빙 과정에서 얼음 결정이 커지고 미생물이 번식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봉지째 뜯어놓고 몇 달째 방치한 냉동식품이라면 표시 기한이 남았어도 조심하는 편이 낫습니다.
유통기한 지났다고 바로 버려야 할까
결론적으로 유통기한 경과가 곧 부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미개봉 상태에서 표시된 보관 조건(온도·습도)을 지켰다면 소비기한까지는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안전은 어디까지나 미개봉이 전제입니다. 한 번 개봉한 식품은 유통기한이든 소비기한이든 관계없이 가급적 빨리 먹는 게 원칙이고, 포장이 손상되거나 보관 조건이 어긋났다면 기한 안에도 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신호가 보이면 기한과 상관없이 버리세요
여기서는 상담가 톤이어도 경고를 흐리지 않습니다
셀프체크 순서
이런 경우엔 그냥 폐기하는 게 낫습니다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예전보다 더 오래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히는 원래도 안전했던 기간에 공식 이름이 붙은 것에 가깝습니다. 포장지에 적힌 실제 기한을 우선 따르고, 냄새·색·질감 중 하나라도 낯설다면 소비기한이 남아 있어도 버리는 편이 가장 확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