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는데 자꾸 냉장고 문을 열게 되고, 뭐라도 먹어야 다시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밤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저녁을 적게 먹어서 그런가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이 오래 이어지고 스스로도 괴로움을 느낀다면, 야식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 NES)이라는 진단 가능한 질환일 수 있습니다.
야식증후군(NES)은 1955년 처음 의학 문헌에 기술된 이래, 아침엔 입맛이 없고 밤엔 과식하며 불면증이 함께 나타나는 패턴으로 정리돼 왔습니다. 지금은 DSM-V에도 등재된 진단명으로, 단순히 야식을 자주 먹는 습관과는 구분되는 순환생리(circadian) 장애로 봅니다.
야식증후군(NES), 정확히 무엇을 말할까
야식증후군(NES)의 임상 정의는 하루 섭취 칼로리의 25% 이상을 저녁 식사 이후나 밤에 먹고, 그 식사 에피소드를 스스로 기억하고 인식하며, 이로 인해 임상적인 고통이나 일상 기능 저해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본인이 먹은 것을 기억한다는 점으로, 자면서 무의식적으로 먹는 수면 중 섭식 장애(sleep-related eating disorder)와는 다른 증상입니다.
진단 기준, 이 중 3가지 이상이면 전문가 평가를 받아보세요
이 4가지 중 최소 3가지에 해당하면 야식증후군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스스로 점수를 매겨 확진하는 자가 진단표가 아니라, 전문가 평가를 받아볼지 판단하는 참고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냥 야식이 당기는 것과는 뭐가 다를까
수면이 부족하면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이 늘고 포만 호르몬인 렙틴(leptin)이 줄어드는데, 이 때문에 고탄수화물 음식에 대한 야식 충동이 커지는 건 누구에게나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반응입니다. 반면 야식증후군(NES)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상태입니다. 멜라토닌(melatonin)의 야간 상승이 뚜렷하게 둔화되고, 렙틴이 밤에도 오르지 않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24시간 내내 높게 유지되는 순환생리 리듬 자체의 교란이 함께 나타납니다. 즉 피곤해서 야식이 당기는 정도를 넘어, 몸의 하루 주기 자체가 밤에 먹도록 세팅돼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일반 야식과 야식증후군(NES), 체크리스트로 구분해보기
정확히 어디까지가 흔히 겪는 야식 충동이고 어디부터 야식증후군(NES)을 의심해야 할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래 표로 큰 흐름을 비교해보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실험 결과로도 이 차이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6일 동안 하루 4시간으로 수면을 제한했을 때 렙틴 수치가 뚜렷하게 감소했는데, 이는 하루 900kcal를 결식한 것과 맞먹는 변화입니다. 다만 이런 극단적인 변화는 실험실에서 수면을 심하게 제한한 조건에서 나온 것이고, 일상적인 5~6시간 수면 부족에서는 렙틴이 이 정도까지 떨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수면 부족 자체가 각성을 담당하는 신경펩타이드인 오렉신(orexin)을 과활성화해 식욕을 함께 끌어올리는 경로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야근이나 밤샘이 잦다면 호르몬 수치와 별개로 이 경로만으로도 야식이 당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위 표에서 오른쪽 항목에 여러 개 해당한다면 단순 피로보다 순환생리 리듬 자체를 점검해볼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왜 먹어야 잠들 것 같다는 생각이 반복될까
멜라토닌의 야간 상승이 둔화되면 수면을 유지하는 힘이 약해져 자다가 자주 깨는 불면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시사되고, 렙틴이 밤에 억제 신호를 보내지 못하면 야간 식욕을 스스로 억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서 야식증후군(NES)과 불면증은 서로를 부르는 양방향 관계를 만듭니다. 잠들기 어려우니 먹게 되고, 밤에 먹으면 수면이 다시 분절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수면 개선과 식습관 교정을 따로 다루기보다 함께 다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얼마나 흔한 증상일까
미국 기준으로는 성인 인구의 약 1.5%, 대략 500만 명 정도가 야식증후군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이 수치는 진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을 때의 결과이고, 국가나 지역에 따라 통계가 다를 수 있어 국내 유병률을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진단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반복적으로 야간 과식을 겪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실제 빈도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