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토(청국장과 비슷한 일본 발효식품)를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나토키나제(nattokinase)는 '혈전을 녹인다', '혈액을 맑게 한다'는 문구로 꾸준히 팔리는 성분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오랜 기간 복용했을 때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가장 규모가 큰 인체 임상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진행된 임상 중 가장 크고 오래 추적한 연구에서는 나토키나제가 위약과 비교해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아무 의미 없는 성분'이라는 뜻은 아니니, 정확히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확인되지 않았는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가장 큰 인체 임상: CAHS 2021
2021년 학술지 Clinical Hemorheology and Microcirculation에 발표된 CAHS(나토키나제 죽상혈전 예방 연구)는 심혈관질환 저위험 성인 265명을 모집해, 중앙값 3년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기간 동안 추적한 무작위대조시험(RCT)입니다. 참가자의 중앙 연령은 65.3세였습니다.
이 연구가 측정한 지표는 경동맥 내중막 두께(CIMT, 동맥벽이 두꺼워지는 정도로 동맥경화 진행을 가늠하는 지표), 경동맥 경직도, 혈압, 혈액검사였습니다. 결과는 이 모든 지표에서 나토키나제군과 위약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과 말해주지 않는 것
이 임상은 건강한 성인의 혈관 변화를 관찰한 것이지, 이미 형성된 혈전을 녹이는 치료 효과나 뇌졸중·심근경색 같은 실제 심혈관 사건을 예방하는 효과를 직접 평가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나토키나제가 혈전을 녹이는 치료제가 아니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건강한 사람의 혈관 지표 개선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다만 265명을 3년이나 추적한 임상은 이 분야에서 흔치 않은 규모입니다. 표본이 작은 연구는 실제 효과가 있어도 통계적으로 놓칠 위험이 있는데, 이 정도 규모와 기간에서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할 만한 음성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혈전을 녹인다'는 광고, 어디서 나온 이야기일까
나토키나제 광고에서는 흔히 시험관 실험에서 나온 효소 활성 결과를 근거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시험관에서 관찰된 효소 작용이 사람이 실제로 오랜 기간 복용했을 때도 같은 효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확인된 가장 크고 긴 연구에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혈전을 녹인다'는 표현을 그대로 믿고 복용할 근거는 약한 셈입니다.
항응고제·항혈소판제 복용자는 반드시 상의하세요
나토키나제처럼 혈행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영양제는 이미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나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이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혈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을 처방약과 함께 새로 시작하기 전에는, 종류를 막론하고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리고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원칙입니다.
수술이나 시술이 예정돼 있다면 더욱 중요합니다. 혈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충제는 언제부터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지 의료진과 미리 정해야 하며, 스스로 판단해 임의로 계속 복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낫토를 식품으로 먹는 것도 걱정해야 할까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조사는 농축된 나토키나제 보충제에 대한 것이지, 청국장이나 낫토를 식품으로 즐기는 것까지 문제 삼는 것은 아닙니다. 발효식품 자체의 영양 가치와, 성분을 추출·농축한 보충제를 매일 복용하는 것은 섭취 형태와 양이 다른 별개의 문제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래도 시도해볼 수 있는 경우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지 않고, 특별한 출혈 위험 요인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큰 위험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선택지이기는 합니다. 다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가장 큰 임상에서 뚜렷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큰 기대 없이 시도해보는 정도로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국내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표시에서 질병의 예방·치료 효능이 있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표현을 금지하고,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형태로만 제한합니다. '혈전을 녹인다', '혈전증을 예방한다'처럼 단정적인 문구를 내세우는 제품이라면 이 기준을 벗어난 과대광고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품을 고를 때 확인할 것
나토키나제 제품을 구매하신다면 우선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가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마크 없이 일반식품으로 유통되는 제품은 식약처의 기능성·안전성 심사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가 점검
나토키나제가 나에게 필요한 성분인지, 아래 기준으로 먼저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병원 진료가 필요한 신호
가슴 통증,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한쪽 다리가 심하게 붓고 아픈 증상은 나토키나제 같은 보충제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증상은 뇌졸중이나 심부정맥혈전증 같은 응급 상황일 수 있으니 즉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미 나토키나제를 복용 중인데 평소와 다른 멍이 자주 생기거나, 잇몸 출혈·코피가 잦아졌다면 복용을 멈추고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