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수치(ALT·AST)가 건강검진에서 높게 나왔거나 회식과 술자리가 잦아지는 시기에 밀크씨슬을 챙기기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리마린(silymarin)이 주성분인 이 영양제는 간 건강기능식품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스테디셀러로 꼽힙니다. 다만 '간에 좋다'는 한 문장으로 뭉뚱그리기 전에, 실제로 어떤 간 질환에서 근거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근거가 부족한지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리마린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에서 간수치를 낮춘 임상 근거가 여러 건 쌓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근거를 그대로 음주로 인한 간 손상에 옮겨 적용하면 안 됩니다. 술이 원인인 간 질환과 술과 무관한 지방간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두 상황을 하나씩 구분해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전부터: 실리마린이 간을 보호하는 방식
밀크씨슬 씨앗에서 추출한 실리마린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간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간세포막을 직접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염증 반응과 섬유화(간 조직이 딱딱해지는 과정)를 억제하는 기전도 함께 보고됩니다. 이 항산화·간세포보호 기전 자체는 여러 연구에서 반복 확인된 확실한 근거입니다.
다만 기전이 확인됐다고 해서 사람에게 실제 효과가 있다고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포 실험이나 동물 실험에서 그럴듯한 결과가 나와도 사람 대상 임상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실제 임상이 어디까지 증명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임상이 증명한 범위: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
2024년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실리마린을 하루 140~420mg씩 8~24주간 투여한 NAFLD 환자에게서 ALT·AST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치 개선뿐 아니라 간 조직검사에서 지방변성(간에 지방이 쌓이는 현상)이 줄어든 것까지 함께 보고됐다는 점이 이 근거의 신뢰도를 높입니다.
더 나아가 48주간 하루 700mg의 실리마린을 투여한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 연구에서는 조직검사상 섬유화 개선까지 확인됐습니다. 조직검사로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은 결과지만, 이는 단일 시험이라 더 큰 규모의 후속 연구로 재확인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이 NAFLD 근거는 개별 연구 하나가 아니라 여러 연구를 종합해 통계적으로 합산한 메타분석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메타분석은 개별 임상시험 하나가 가질 수 있는 표본 부족이나 우연의 한계를 보완해주기 때문에, 단일 연구보다 신뢰도가 높게 평가됩니다. 뒤에 나올 알코올성 간질환 근거와 비교하면 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그런데 술로 인한 간 손상에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실리마린 투여군의 58%가 개선을 보였고, 4년 생존율도 실리마린군 58% 대 위약군 39%로 차이가 났습니다. 언뜻 인상적인 수치처럼 보이지만, 이 결과는 단일 연구에서 나온 것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후 진행된 메타분석에서는 알코올성 간질환에 대한 실리마린의 효과가 일관되게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통하는 경우가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의학계는 이를 확정된 치료법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금 근거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NAFLD 쪽이고,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 개선은 아직 판단을 유보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밀크씨슬 먹으니 술 마셔도 된다'는 오해는 금물입니다
여기서 명확히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실리마린을 챙겨 먹는다고 해서 음주로 인한 간 손상이 상쇄되거나 예방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위에서 본 알코올성 간질환 연구조차 결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밀크씨슬을 먹으니 술을 더 마셔도 괜찮다'는 생각은 근거를 크게 벗어난 위험한 해석입니다.
간 수치가 이미 높게 나왔거나 음주량이 많은 편이라면, 보충제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것입니다. 실리마린은 그다음에 보조적으로 고려할 선택지이지, 음주를 계속해도 되는 면죄부가 아닙니다. 간 수치 이상이 반복된다면 자가 판단보다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받는 것이 먼저입니다.
용량과 형태, 확인해야 할 것
국내에서 판매되는 밀크씨슬 제품은 대부분 실리마린 함량 140~200mg/정으로 표시되며, 임상 연구의 근거가 된 용량은 하루 300~420mg 범위입니다. 제품 라벨의 1일 섭취량을 직접 확인해 이 범위에 맞는지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다만 고함량이라고 무조건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며, 과다 복용 시 설사·복부 불편감 같은 소화계 부작용이 보고될 수 있습니다. 상한섭취량(UL, 인체에 유해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 섭취 수준)을 넘겨 복용해도 효과가 비례해서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 위험만 커질 수 있습니다. '간염 치료', '간경변 예방'처럼 질병의 예방·치료 효능을 내세우는 광고 문구가 있다면, 이는 식약처가 금지하는 과장 표현일 가능성이 크니 주의하시길 권합니다.
약물 상호작용: 와파린 복용자는 특히 주의
일부 보고에서 실리마린이 항응고제 와파린의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와파린을 복용 중이라면 밀크씨슬을 새로 시작하기 전 반드시 의료진에게 미리 알리고 상담해야 합니다. 항응고제는 용량 조절이 예민한 약물이라 임의로 영양제를 더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필요할까: 우선순위 판단
건강검진에서 ALT·AST 수치가 높게 나왔고 지방간 진단을 받은 상태라면 임상이 실제로 확인한 대상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평소 음주량이 많아 간 손상이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밀크씨슬보다 금주가 먼저이고 실리마린은 그다음에 보조로 고려할 문제입니다.
병원 진료가 먼저인 신호
황달(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함), 극심한 피로, 오른쪽 윗배 통증, 소변 색이 진해지는 증상이 있다면 이는 보충제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급성 간염이나 심한 간 손상의 신호일 수 있으니 즉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밀크씨슬을 복용한 후 오히려 속이 불편하거나 알레르기 반응(발진, 가려움)이 나타난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경과를 지켜보세요. 이상사례는 식약처 통합민원상담(1339)이나 식품안전나라를 통해 신고할 수 있고,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아도 신고 대상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