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도착 첫날은 그럭저럭 버티다가, 오히려 2~3일째부터 낮엔 멍하고 밤엔 말똥말똥한 상태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바로 시차(jet lag) 부적응입니다. 시차는 비행 자체가 아니라 시간대가 바뀌는 속도가 몸속 생체시계(circadian rhythm) 조절 속도보다 빠를 때 생기는 불일치입니다. 내부 시계는 여전히 출발지 시간에 맞춰져 있는데 바깥 시간만 훌쩍 바뀌어버린 상태인 셈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대 차이라도 동쪽으로 가는 출장과 서쪽으로 가는 출장은 체감이 다릅니다. 실제로 동진(동쪽 이동)은 서진(서쪽 이동)보다 회복이 오래 걸리고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는 사람의 평균 생체시계 주기가 24시간이 아니라 약 24.2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더 늘리는 서진은 몸의 자연스러운 경향과 맞아떨어지지만, 하루를 앞당겨야 하는 동진은 생체시계를 억지로 밀어붙이는 셈이라 더 어렵습니다.
동진이 서진보다 힘든 이유, 회복 기간 비교
출발 전부터 준비하면 회복이 빨라집니다
출장 당일부터 대응하기보다 출발 1~3일 전부터 미리 일정을 조절해두면 현지 적응이 한결 빨라집니다. 동진이라면 매일 취침·기상 시간을 1~2시간씩 앞당기고, 서진이라면 반대로 1~2시간씩 늦추는 식으로 며칠에 걸쳐 조금씩 옮겨두는 것입니다. 하루 만에 몰아서 바꾸는 것보다 이렇게 나눠서 조절하는 편이 몸에 부담이 적습니다.
도착 후 빛과 멜라토닌, 방향별로 다르게 써야 합니다
시차 극복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는 빛 노출과 멜라토닌(melatonin) 투약인데, 이 둘 모두 방향에 따라 타이밍이 반대로 적용됩니다. 동진 여행이라면 목적지에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최대한 빨리 밝은 빛을 쬐어 생체시계를 앞당기고, 서진 여행이라면 저녁 빛을 활용해 생체시계를 뒤로 미룹니다. 효과적인 빛의 밝기는 1만 룩스 이상이며, 20~40분 정도 노출하면 충분합니다. 실내조명보다 야외 햇빛이 훨씬 밝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침이나 저녁에 잠깐이라도 밖으로 나가는 편이 실내에서 버티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멜라토닌, 용량은 오해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멜라토닌은 용량이 높을수록 효과가 좋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저용량(0.5~3mg)이 고용량(5mg)과 효과가 비슷하면서 부작용은 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권장되는 범위도 0.5~3mg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는 멜라토닌이 처방약이 아니라 의료용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구매 전에 제품 표기와 용량을 직접 확인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도착 후 첫날, 식사와 낮잠도 신호가 됩니다
식사 시간은 생체시계를 맞추는 또 하나의 강력한 신호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시차 때문에 입맛이 없어도 현지 시간에 맞춰 식사를 시도하면 말초 생체시계가 더 빨리 조절됩니다. 낮잠은 완전히 참을 필요는 없지만 3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고, 현지 시간 오후 3시 이후에는 아예 피하는 편이 밤잠에 유리합니다. 아무 개입 없이 두면 생체시계는 하루 0.5~1시간씩만 서서히 조절되지만, 빛과 멜라토닌을 함께 활용하면 이 속도가 2~3배까지 빨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