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을 고를 때 SPF 숫자만 보고 결정하기 쉽지만, 뒷면에는 PA라는 또 다른 표시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둘 다 자외선을 막는다는 것은 같아도, 정확히 무엇을 막는지는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SPF는 화상을 일으키는 자외선B(UVB)를, PA는 주름과 탄력 저하를 부르는 자외선A(UVA)를 각각 담당합니다. 두 표시를 같이 봐야 여름 한 철 피부 손상을 제대로 대비할 수 있습니다.
자외선차단제 하나를 고르는 데도 이렇게 두 가지 지표가 필요한 이유는, 애초에 자외선 자체가 파장에 따라 전혀 다른 손상 경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를 알아두면 제품을 고를 때 무엇을 우선할지 판단이 쉬워집니다.
UVA와 UVB, 파장부터 다릅니다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나뉩니다. UVB는 290~320나노미터, UVA는 320~400나노미터 범위이며, UVA는 다시 320~340나노미터의 UVA2와 340~400나노미터의 UVA1로 구분됩니다.
이 중 UVA1이 피부 깊숙한 진피층까지 가장 깊이 침투합니다. 산란되거나 흡수되는 비율이 낮아 그만큼 더 멀리, 더 깊이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UVB는 대기 중 오존층에 상당 부분 흡수돼 지표면에 도달하는 비율이 자외선 전체 중 낮은 편인 반면, UVA는 오존층 흡수가 적어 지표면에 도달하는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른 변동도 UVB보다 UVA 쪽이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UVB는 화상, UVA는 노화를 주로 일으킵니다
UVB는 표피에 주로 작용해 일광화상과 붉어짐(홍반)을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반면 UVA1은 진피의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직접 손상시켜 주름, 탄력 저하, 처짐 같은 광노화를 누적시킵니다.
여름철 해변에서 하루 만에 벌겋게 익는 것은 UVB의 영향이 크고,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생기는 잔주름과 색소침착은 UVA 누적 노출과 더 관련이 깊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UVB가 일반 유리창을 거의 통과하지 못하는 반면 UVA는 유리를 상당 부분 투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내에서도 창가 자리에 오래 있으면 화상 걱정은 적어도 UVA 누적 노출은 쌓일 수 있습니다.
SPF와 PA, 측정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SPF(자외선차단지수)는 UVB 차단력을 측정하는 지수이고, PA는 UVA 차단력을 나타내는 별도의 등급 체계입니다. 국제표준으로는 ISO 24444가 SPF(UVB), ISO 24442가 UVAPF(UVA)를 각각 다룹니다.
두 지표는 서로 다른 시험으로 나오는 숫자라, SPF가 높다고 해서 PA 등급까지 자동으로 높은 것은 아닙니다. 제품마다 조합이 다르니 두 표시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SPF는 자외선 시뮬레이터로 6단계로 증가하는 자외선 용량을 쬔 뒤, 16~24시간이 지난 시점에 붉어지기 시작하는 최소홍반용량(MED)의 비율로 계산합니다. PA는 이와 별도로 지속색소침착(PPD) 반응을 기준으로 산출되며, 시험 절차 자체가 다릅니다.
PA 등급, +가 늘어날수록 무엇이 달라지나
PA 등급은 PPD(지속색소침착) 수치를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가 늘어날수록 UVA 차단 비율이 높아진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 등급은 ISO 24442라는 국제표준의 생체 내(in vivo) 시험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시험 기관과 절차에 따라 소폭의 편차가 있을 수 있어, 등급은 절대값보다 상대적인 기준으로 참고하는 편이 좋습니다.
'광범위 차단' 표시만으로는 안심하기 이릅니다
FDA의 '광범위(broad-spectrum)' 표시는 자외선 흡수량의 90%가 370나노미터 이상 파장에서 나타난다는 규제 기준을 뜻합니다. UVA2는 어느 정도 커버하지만, 가장 깊이 침투하는 UVA1(340~400나노미터)까지 완전히 막는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그래서 '광범위 차단' 문구만 보고 UVA 걱정을 다 덜었다고 여기기보다는, PA 등급을 따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 규정은 미국 FDA 기준이지만, 국내에서도 자외선A 차단 효과를 표시할 때 비슷한 개념을 적용합니다.
상황에 따라 무엇을 더 챙겨야 할까
물놀이나 야외 스포츠처럼 짧고 강한 노출이 예상된다면 SPF 숫자를 우선 확인하는 것이 화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장거리 운전, 창가 근무처럼 매일 누적되는 노출이 많다면 PA 등급이 높은 제품을 고르는 편이 광노화 예방에 더 유리합니다.
야외활동 시간이 짧더라도 자외선이 강한 한낮(오전 10시~오후 2시)에 나간다면 UVB 노출이 집중되므로 SPF를 더 신경 써야 합니다. 반대로 하루 종일 실내외를 오가는 근무 형태라면 누적되는 UVA 노출을 고려해 PA 등급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도 트러블이나 기미가 심해진다면
표시대로 잘 챙겨 발랐는데도 붉어짐이 반복되거나 기미·잡티가 눈에 띄게 짙어진다면, 자외선차단제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피부과에서 원인을 확인해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SPF와 PA는 각각 다른 자외선을 막는 별개의 지표입니다. 숫자 하나만 보고 안심하기보다, 두 표시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화상과 광노화를 모두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