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을 복용 중인데 영양제를 추가해도 되는지 몰라 그냥 안 먹거나,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같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조합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확인된 위험 조합 몇 가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약을 드시는 분이라고 모든 영양제가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조합을 확인하고, 누구에게 물어보면 되는지만 알면 대부분 안전하게 챙길 수 있습니다.
항응고제(와파린 등)와 비타민K, 오메가3, 홍삼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면 비타민K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비타민K는 혈액을 응고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 항응고제의 효과를 직접 상쇄하고, 혈전이 생길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오메가3나 홍삼처럼 혈액을 묽게 하는 쪽으로 작용하는 성분도 항응고제와 함께 먹으면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면 이런 영양제를 새로 추가하기 전에 반드시 처방한 의사나 약사와 먼저 상담하세요.
이미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면 식단에서 비타민K가 많은 채소 섭취량을 갑자기 크게 바꾸는 것도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새 영양제뿐 아니라 식습관이 크게 바뀔 때도 담당 의료진에게 미리 알려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갑상선약(레보티록신)은 미네랄과 시간을 나눠야 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레보티록신을 복용 중이라면 칼슘과 마그네슘은 최소 2시간, 철분제는 최소 4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합니다. 이 미네랄들이 갑상선 호르몬제와 결합해 흡수되지 않는 화합물(chelate)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간격을 지키지 않으면 갑상선약의 흡수율이 떨어져 호르몬 수치 조절이 제대로 안 될 수 있습니다. 아침에 갑상선약을 공복에 먹었다면, 칼슘·마그네슘 영양제는 최소 2시간 뒤, 철분제는 4시간 뒤로 미뤄서 챙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 같이 먹으면 손해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을 같은 시간에 먹으면 항생제가 유익균까지 함께 사멸시켜버립니다. 항생제 복용 후 최소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는 것이 권장됩니다.
오히려 항생제 치료를 시작한 지 48시간 이내에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챙기면 항생제로 인한 설사(AAD) 위험을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근거도 있습니다. 시간만 나눠서 챙긴다면 프로바이오틱스를 굳이 뺄 이유는 없습니다.
지용성 비타민 과다, 약을 먹는 분이라면 더 조심하세요
비타민 A, D, E, K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간과 지방 조직에 저장되는 특성이 있어, 여러 약과 영양제를 함께 장기간 복용하면 체내에 쌓여 독성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비타민A를 과다 섭취하면 두통, 피부 건조, 가려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두개내압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지용성 비타민 중복 섭취부터 의심하고 확인해보세요.
상한섭취량, 약을 먹는 분이라면 더 눈여겨보세요
상한섭취량(UL)은 유해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최대 섭취 수준을 뜻합니다. 여러 약을 복용 중이라면 몸에 이미 부담이 있는 상태이므로, 지용성 비타민을 포함한 여러 영양제를 겹쳐 먹을 때 합산 함량이 상한섭취량을 넘지 않는지 더 신경 써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사에게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
지금 먹는 처방약과 영양제를 모두 한 봉투에 담아 약국에 가져가 확인받는 방법을 흔히 브라운백 리뷰라고 부릅니다. 이름과 성분을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 없이 실제 제품을 보여주면 약사가 상호작용 여부를 훨씬 정확하게 확인해줄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병원에서 각각 처방받은 약을 복용 중이라면 이 방법이 더 유용합니다. 병원마다 다른 약을 처방하다 보면 정작 처방한 의료진도 전체 조합을 모두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셀프체크: 지금 먹는 약부터 확인하세요
판단이 안 서면 이렇게 나눠보세요
몸이 이상하면 신고할 수 있습니다
영양제를 먹은 후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났다면 원인이 확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상사례는 건강기능식품 섭취로 의심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증상을 뜻하며, 인과관계가 반드시 확립되어야 신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식약처 통합민원상담(1339)이나 식품안전나라를 통해 소비자도 언제든 이상사례를 신고할 수 있습니다. 증상의 원인이 불명확해도 신고하면 식약처가 과학적으로 분석해줍니다.
약사·의사에게 꼭 물어봐야 하는 신호
약을 복용 중이라고 영양제를 아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항응고제·갑상선약·항생제처럼 확인된 조합 몇 가지만 시간과 순서를 지키면 대부분 함께 챙길 수 있습니다. 새 영양제를 추가하기 전에는 처방받은 약국에 제품을 그대로 가져가 확인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