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 뒷면에 적힌 '내수성 40분', '내수성 80분' 표시를 보고 그 시간 동안은 물에 들어가도 안심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표시가 정확히 무엇을 보장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내수성(water-resistant)'은 '방수(waterproof)'가 아닙니다. 정해진 침수 시험을 거친 뒤에도 표시된 SPF의 절반 이상만 유지되면 붙일 수 있는 표시입니다.
'내수성 40분'은 어떻게 시험할까
FDA 기준에 따르면 '내수성 40분' 표시를 붙이려면 20분씩 2회 물에 담그고, 그 사이 15분씩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친 뒤 SPF를 다시 측정합니다.
이 재측정 결과가 원래 표시된 SPF의 50% 이상이면 '40분 내수성'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즉 40분은 '완전히 방수되는 시간'이 아니라 '이 정도 침수를 견디는 시험을 통과했다'는 뜻입니다.
이 시험은 실제 수영장이나 바다에서의 활동을 정확히 재현한다기보다, 표준화된 조건에서 물에 대한 저항성을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실제 활동은 파도, 마찰, 수영 강도 등 변수가 훨씬 많습니다.
'내수성 80분'은 무엇이 다를까
80분 표시는 20분씩 4회 침수와 15분씩 건조를 반복하는 더 긴 시험을 거칩니다. 침수 사이클이 2배로 늘어난다는 점이 40분 표시와의 차이입니다.
다만 최종 판정 기준은 40분 표시와 동일하게 '표시된 SPF의 50% 이상 유지'입니다. 80분이 더 오래 견딘다는 뜻이지, 40분 표시보다 방수력 자체가 완벽에 가까워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80분 표시를 얻기 위해 처방 자체를 더 견고하게 설계해야 하므로, 80분 표시 제품이 일반적으로 40분 표시 제품보다 물에 대한 저항성이 더 오래 유지되는 경향은 있습니다.
'50% 이상 유지'라는 기준을 다시 생각해보면
이 기준을 뒤집어 보면, SPF50 제품이 40분 물 노출 후 SPF25까지 떨어져도 표시 조건을 만족한다는 뜻입니다. 표시된 시간 내내 원래 SPF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내수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과 실제로 시험이 확인하는 범위 사이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표시를 믿되, 그 시간 동안 완전히 방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면 됩니다.
이 기준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물에 노출된 뒤에도 절반 가까운 차단력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는 아무 표시가 없는 제품보다는 훨씬 나은 조건입니다. 다만 표시를 100% 방수로 오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수'라는 표현 자체가 규제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FDA는 '워터프루프(waterproof)'라는 표현을 아예 규제상 허용하지 않습니다. 물에 완전히 견딘다는 인상을 주는 과장된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식 제품에서는 '내수성(water-resistant)'이라는 표현만 쓰이는 것이 원칙입니다.
유럽과 다른 국가 기준도 비슷합니다
유럽을 비롯한 ISO 기반 표준도 미국 FDA와 비슷한 침수 사이클과 유지율 기준을 사용합니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모래 노출 시험 같은 추가 요구사항이 더해지기도 하므로, 해외 구매 제품이라면 해당 지역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됩니다.
여행지에서 현지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성분표와 함께 내수성 표시 방식이 국내와 같은지 다른지도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물놀이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내수성 40분·80분' 표시된 시간을 그대로 믿고 그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물에서 나올 때마다 또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낼 때마다 다시 바르는 습관이 더 확실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표시된 시간이 남았더라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면 즉시 재도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타월로 얼굴을 두드리듯 닦아내는 것과 세게 문질러 닦아내는 것도 차이가 있습니다. 문지르는 동작 자체가 제품을 더 많이 벗겨낼 수 있어, 가볍게 눌러 닦는 편이 좋습니다.
땀과 물은 선크림을 벗겨내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물은 씻어내리듯 제품을 제거하고, 땀은 피부 위에서 섞이며 제품 막을 서서히 흐트러뜨립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차단력이 약해지는 것은 같아, 재도포로 대응하는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하면 됩니다.
운동 후 샤워를 한다면 그 직후에도 다시 발라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로 씻어내는 순간 남아 있던 제품막까지 함께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선크림 통에 적힌 내수성 표시는 물놀이 계획을 세울 때 참고용으로 보고, 실제 재도포 여부는 몸 상태와 활동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래도 물놀이 후 화끈거림이 남는다면
내수성 제품을 표시대로 잘 챙겨 발랐는데도 물놀이 후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붉어짐이 반복된다면, 자외선차단제가 씻겨나간 부위에 노출된 것일 수도 있고 제품 성분 자체에 대한 자극일 수도 있습니다. 반복된다면 피부과에서 원인을 확인해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표시된 숫자에 의존하기보다 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호, 즉 물에서 나온 직후를 재도포 타이밍으로 삼는 편이 가장 실천하기 쉬운 방법입니다.
'내수성 40분·80분' 표시는 침수 시험을 통과했다는 뜻이지, 그 시간 동안 완벽하게 유지된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표시된 시간을 믿기보다 물에서 나올 때마다 다시 바르는 습관이 가장 확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