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성분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화학 자차는 위험하다', '무기자차만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만나게 됩니다. 특히 옥시벤존(oxybenzone) 같은 성분이 혈중에서 검출된다는 뉴스는 이런 공포를 더 키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화학 자차 = 위험'이라는 등식은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무기자차와 유기자차가 어떻게 다르고, 어디까지가 확인된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논쟁인지 하나씩 나눠보겠습니다.
무기자차와 유기자차, 작동 방식부터 다릅니다
무기자차(산화아연·이산화티탄)는 피부 표면에 머무르면서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반사·산란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반면 유기자차(옥시벤존, 아보벤존, 옥티녹세이트 등)는 자외선을 흡수해 열 에너지로 바꿔 방출하는 화학 반응으로 작동합니다.
무기자차 안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산화아연은 자외선A·B를 모두 폭넓게 막는 반면, 이산화티탄은 자외선B 차단에는 효과적이지만 자외선A 차단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자외선A까지 신경 쓴다면 성분표에서 산화아연 포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무기자차'라는 큰 분류 안에서도 산화아연 단독 제품인지, 이산화티탄과 혼합된 제품인지에 따라 실제 자외선A 차단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분표에서 두 성분의 배합 여부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됩니다.
'화학 자차는 위험하다'는 어디서 시작됐나
논쟁의 시작은 유기자차 성분 일부가 혈장에서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JAMA Dermatology에 실린 연구는 옥시벤존, 호모살레이트 등의 성분이 단 한 번의 도포만으로도 FDA가 정한 안전 기준(0.5ng/mL)을 넘는 혈중 수치를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여기서 꼭 구분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혈중에서 검출된다는 것과 그것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까지의 증거는 해롭지 않음을 시사하는 쪽이지만, FDA는 이를 '안전하다'고 단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더 많은 안전성 자료를 요구하는 중간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FDA 규제 지위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실제로 FDA는 2021년 발표에서 옥시벤존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기자차 성분을 'Category III'로 분류했습니다. 이는 '금지'가 아니라 '안전성을 확정하기엔 자료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며, 지금도 이 성분들은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다만 규제상 지위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기자차보다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분류 자체를 '위험 판정'으로 오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도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계속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즉각적인 위해가 확인된 성분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반면 산화아연과 이산화티탄은 FDA로부터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GRASE)'으로 인정받은 유일한 자외선차단 성분입니다. 한국 식약처도 두 성분을 기능성화장품 원료로 승인해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입자 크기가 커서 혈중에서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흡수 관련 논쟁 자체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그럼 무기자차만 써야 하나요
여기까지만 보면 무기자차 쪽이 규제상 안전성이 더 확립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유기자차가 '위험한 성분'이라고 단정할 만큼의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오히려 화학 자차는 가볍고 백탁(white cast)이 적어 사용감이 좋다는 장점이 뚜렷합니다. 흡수 자체가 꺼려진다면 무기자차를, 백탁이 부담스럽다면 유기자차를 고르는 것이 실용적인 접근입니다.
산호초 이슈, 과장된 부분을 짚어봅니다
옥시벤존 사용 제한의 또 다른 명분으로 '산호초 파괴'가 자주 언급됩니다. 다만 이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산호초 스트레스의 더 큰 원인으로는 해수 온난화가 꼽힙니다. 상관관계처럼 보이는 현상을 곧바로 원인으로 단정하면 실제 문제(기후 변화)에서 눈을 돌리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임상 근거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하나의 요인만 보고 인과관계를 단정하면 다른 교란변수를 놓치기 쉽습니다. 산호초 이슈는 '옥시벤존을 안 쓰면 산호초가 회복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아직 정치·규제적 맥락이 큰 논쟁적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합니다.
고르는 기준은 성분 공포가 아니라 피부와 사용감
임신·수유 중이거나 성분 흡수 자체가 걱정된다면 무기자차를 선택하는 것이 마음 편한 선택지입니다. 반대로 백탁 때문에 자외선차단제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면, 차라리 사용감 좋은 유기자차를 매일 챙겨 바르는 편이 아예 안 바르는 것보다 낫습니다.
안전이 걸린 부분은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이 글에서 다룬 논쟁은 '유기자차가 위험한가'라는 아직 불확실한 영역이지, 자외선 자체를 안 막아도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외선 노출 자체는 광노화와 피부암 위험을 키우는 확실한 요인이므로, 어떤 타입이든 자외선차단제를 쓰지 않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그래도 자극이 반복된다면
무기자차든 유기자차든 특정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따갑거나 붉어진다면, 성분 전체를 피하기보다 원인이 되는 특정 원료를 좁혀가는 편이 정확합니다. 필요하면 성분표를 들고 피부과에서 패치테스트를 받아보세요.
무기자차와 유기자차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외선을 막을 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위험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어떤 타입을 쓰든 충분한 양을 자주 발라야 효과가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