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철이 되면 엘더베리(Sambucus nigra, 서양딱총나무 열매) 시럽이 약국이나 온라인몰에서 불티나게 팔립니다. 그런데 이 성분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을 순서대로 보면, 시기에 따라 결과가 꽤 다릅니다.
초기 소규모 연구는 인상적이었고, 최근 대규모 연구는 그만큼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삼아야 할지, 연구들을 시간 순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초기 연구들: 꽤 인상적인 결과였다
1995년 Zakay-Rones 연구(참가자 27명)와 2009년 Kong 연구(60명)를 포함한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시험에서는 엘더베리를 투여한 그룹의 독감 지속 기간이 위약군보다 평균 4일가량 짧게 나타났습니다.
통계적으로 계산한 효과크기(Cohen's d)도 1995년 연구는 1.36, 2009년 연구는 2.78로 매우 크게 나왔습니다. 임상 연구에서 이 정도 효과크기는 상당히 두드러진 수준입니다.
이렇게 큰 효과크기, 그대로 믿어도 될까
두 연구 모두 참가자가 27명, 60명으로 표본이 작습니다. 표본이 작은 연구는 통계적 검정력이 낮아 우연히 큰 차이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이런 경우 유의한 결과가 나왔더라도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봐야 합니다.
또한 유의미한 결과만 발표되는 발행 편향이나 표본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편향도 초기 연구의 큰 효과크기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은 연구 하나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후속 연구가 같은 결과를 재현하는지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항공여행객 연구: 그래도 양성 결과
이후 진행된 항공여행객 대상 무작위 대조시험(참가자 64명)에서는 엘더베리군의 감기 지속 기간이 평균 57일, 위약군이 117일로(p=0.02) 나타났고, 평균 증상점수도 엘더베리군 247, 위약군 583으로 차이를 보였습니다(p=0.05).
다만 이 연구는 여행 스트레스와 피로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감기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2020년 더 큰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2020년 발표된 더 큰 규모의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독감 지속 기간이나 중증도에서 엘더베리군과 위약군 사이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위약군은 평균 4.9±2.8일, 엘더베리군은 5.3±3.6일로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초기 소규모 연구와 최근 대규모 연구의 결과가 이렇게 갈리는 현상은, 앞서 살펴본 발행 편향과 표본 크기 효과, 선별 편향의 가능성을 함께 시사합니다.
표로 보면 시기가 지날수록, 표본이 커질수록 효과가 옅어지는 흐름이 보입니다. 이런 패턴은 엘더베리에만 나타나는 일은 아니고, 여러 영양제 연구에서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요약하면 초기 두 연구와 항공여행객 연구는 모두 위약 대비 양성 결과였고, 2020년 더 큰 규모 연구만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발표된 근거의 전체 그림입니다. 결과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쪽 결과만 진실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기대치는 어디에 둬야 할까
전문가들은 엘더베리가 감기나 독감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사람들에게 증상 완화와 병의 지속 기간을 약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로 기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안토시아닌, 플라보노이드, 비타민C 같은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지만, 감염 자체를 물리치는 것은 결국 면역계의 역할입니다.
대규모 연구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안전성 면에서 큰 문제가 보고되지 않은 성분이니, 기대치를 낮춘 채로 감기 초기에 시도해보는 것은 손해 볼 일이 크지 않은 선택입니다.
셀프체크: 지금 먹어볼 만한 상황인가
판단이 안 서면 이렇게 나눠보세요
이런 경우엔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엘더베리 자체는 안전성 우려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아래 상황이라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확인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결국 엘더베리는 연구 규모에 따라 결과가 엇갈린 성분입니다.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낮추고 감기 초기 보조 수단 정도로 다가가는 편이 지금까지 나온 근거에 가장 가까운 태도입니다.

